주인장 소개 글

어릴 적, 거제도 능포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를 보며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남해안의 능포에서는 해가 뜨는 것도, 지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이었고, 동생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환경 덕분인지 당시 꿈은 우주 과학자였습니다. 그냥 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탄생이나 인류의 기원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죠.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던 시절입니다. 사실 지금도 왜 이런 책에 빠졌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

중학교 생활은 책과 게임이 전부였습니다. 특히 책은 실용서를 좋아했는데, 공부를 더 잘하는 방법이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 학습의 원리 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실제 공부 시간보다 방법론을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었네요. 이때부터 효율성에 관심이 무척많았었던 거 같네요 :)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건 도스(DOS) 컴퓨터였습니다. 명령어 하나로 게임 데이터를 조작하며 게임에 몰두하던 시절, 특히 '대항해시대'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 열광했었죠. 지구본을 돌리며 세계를 탐험하고, 시간 관리까지 하면서 게임과 공부를 동시에 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때의 습관은 이후 프로그래머로서 일하며 업무 효율을 고민하게 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네 짧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말입니다. 노는 시간도 확보해야 하니까요 ;)





야자 땡땡이도 별로 안치고, 게임도 안하는(스타크래프트 열풍이었는데, 솔직히 거의 관심이 안가더군요. 중학교때 게임을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하라는대로 하는 모범 학생이었습니다.
물론 선생님께 혼난 적도 제법 있었는데, 야자 시간에 '드래곤 라자' 보다 걸렸을 때가 제일 큰? 일이었던 거 같습니다.이 때를 기점으로 무협지와 판타지에 빠져 들어서 지금 까지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리디북스에서 반 정도를 차지하는 책들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할 뻔했지만, 다행히 코딩의 재미를 발견했습니다. 열심히 배워서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중학생 때 열심히 플레이했던 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만든 손노리에 입사했습니다. 첫 프로젝트였던 GP32용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을 출시까지 마친 건 돌이켜보면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후 온라인 게임으로 바뀌면서 출시가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병역 특례 시절엔 '스파이더 택틱스'라는 모바일 게임과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해외 클라이언트 개발을 담당하며 방어적 프로그래밍과 자동화 빌드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학교로 복학했을 땐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알바와 학원 강의를 병행했지만 둘 다 쉽진 않았고, 학습 부족에 대한 1% 아쉬움은 이후 MOOC에 열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졸업 후엔 중국 상하이의 게임 스타트업에서 엔진 프로그래머로 첫 해외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난양대학교(NTU)에서 게임 엔진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연구를 했고, 독일의 트리니지(Havok) 엔진 회사에서 한국 지사 창립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서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여러가지 얘기는 슬라이드 자료에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여러번 관련해서 발표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와서는 같은 회사 디벨로퍼 릴레이션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고, 또한 다양한 발표 활동도 하게 됩니다.

시장 상황의 변화와, Havok 과 합병되면서 업무 프로세스의 변경등으로, 재택근무로 변경했다가, 결국 좀 더 시간을 갖고 여러가지를 새롭게 경험하고 공부 하고자 퇴사하게되었습니다. 이 때는 2014년 조금 다른 분야인 MOOC 나 웹프로그래밍 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 집에서의 생활은 결실은 맺진 못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넥슨에 입사하게 됩니다. 이후 3년 가까이 Unreal Engin 4를 다루며 게임 엔진에 대한 생각, 아트팀과의 협업, 툴에 대한 생각을 키워갔습니다.

다시 해외로.
핀란드로 넘어가서, 완전히 다른 업무 환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git 으로 협업도 해보고, 서버/클라이언트 통합 환경에서 게임 전체를 제작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작은 스케일로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치팅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아주 작은 기본 물리를 서버에 도입하면서, 프로덕트 문제 해결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생깁니다.
이후 유니티 엔진을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을 바탕으로 유니티에 입사 합니다. 여기서는 유니티 전반을 다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게임 만들기가 엄청 쉬워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엔진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버전 업데이트 릴리즈시 생기는 버그들, 엔진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리소스들, 확인하기 어려운 크래시등 다양한 이슈를 겪으며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지냈습니다.

최근엔 솔라나 재단에서 블록체인과 게임의 융합을 이끌며 기술 전략과 개발 지원을 맡아 APAC 지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했습니다. 사실 들어가기전에는 몰랐습니다만. 블록체인 특히 L1 은 금융회사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금융지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해준 시간이고, 또한 정말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지식을 마구 습득해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이 바쁜 시간을 접어두고 잠시 쉬면서 다시 한번 다양한 도전과 공부를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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