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1일 금요일

2015 코드리뷰 도입기

2015년쯤, 계속 합병해 나가는 독일 회사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바이오인포매틱스를 공부하며 송도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사실 대학원에 다닌다는 핑계로 프로그래밍을 멀리하고 있다가, 운 좋게 지인의 추천으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한참(사실..그렇게 길지 않은) 생활하다 돌아왔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고, 동료들 역시 내가 해외에서 와서 이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는 바로 코드리뷰에 관한 것이다.

코드 ownership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었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버그가 생기면 무조건 그 코드를 짠 사람의 잘못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내가 해외에서 일했던 회사들은 시스템의 문제로 함께 고쳐야 하는 것으로 보는 문화가 있었다. 아마 이런 문화 속에서 코드리뷰라는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당시 한동안 프로그래밍을 놓고 있던 나는, 갑자기 뛰어든 회사에 코드리뷰 문화가 없다는 걸 보고 "이건 나를 위해서라도 꼭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코드리뷰가 이미 당연한 문화였고, 많은 책에서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었다. 코드리뷰 없이는 개발의 질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 내부에서 코드리뷰의 필요성과 장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코드리뷰가 버그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수정할 수 있으며, 담당자가 없을 때도 다른 팀원이 해당 코드를 이해하고 있으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료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코드리뷰를 통해 미리 버그를 잡으면 훨씬 생산적이고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설득했다. 신규 입사자들에게는 코드리뷰가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빨리 적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점차 코드리뷰 문화가 팀 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코드리뷰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코드를 통해 배우고, 팀 전체의 코드 품질과 협업 효율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내가 했던 작은 시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걸 실제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잘 들어준 팀장님, 동료 프로그래머분들에 다시한 번 감사를!
심지어 가끔은 코드보다는 이런 문화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게 내 적성에 더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해외에서 뛰어난 PM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많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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