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3일 일요일

솔라나 재단의 블록체인 2년, 그리고 최근의 Stablecoin, RWA

처음 솔라나 재단에 입사했던 2022년만 해도,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NFT나 게임 같은 분야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블록체인을 게임에 결합하면 혁신적인 유틸리티가 만들어질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실상 이미 클라우드와 서버 기술로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던 게임 회사들이 많았고, '웹3'라는 이름을 붙여 투자만 받으려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게임 엔진을 주로 다뤘던 나는 자연스럽게 게임 회사들이 블록체인과 게임 엔진을 연동하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막상 블록체인을 게임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적, 비즈니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FTX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도 터지면서 결국 나는 APAC 지역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업무, 이벤트 기획, 사무실 예산을 위한 내부/외부피칭 등 다양한 일들을 하며 2년을 보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하고, 최근 크립토 업계는 NFT나 게임 같은 유틸리티보다는 금융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이 그 중심에 있다. 달러를 맡기고 1달러에 해당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그 달러가 다시 미국 채권으로 투자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점점 더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 형태로 거래하는 RWA(Real World Asset)다. 기존 주식시장에서 기업을 상장해 주식을 쪼개서 팔듯이, 부동산이나 미술품, 채권 등 모든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을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다. 거래마다 수수료나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생겼다.

이 정도가 2년간 크립토 업계 경험으로 종종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크립토의 발전은 확실히 흥미롭지만, 솔직히 아직은  완전히 이해하거나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앞으로의 방향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조금은 조심스럽게 지켜보게 된다.


추가로 더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 Chatgpt의 Deep research 를 이용해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를 몇개를 던져주고 시장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달라고 헀는데, 잘 정리해주네요. 추천!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

MMORPG를 늘 만들고 싶었는데,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꼭 RPG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

내가 상상한 MMO는 마을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수다도 떨고, 길드도 만들고, 거래도 하고, 자연스럽게 함께 게임으로 이어지는 그런 분위기다. 예를 들면 로블록스 같은 게임 안에 마을이 있어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게임 얘기도 하고, 길드도 만들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거다. 

여기에 요즘 분위기를 생각하면 블록체인을 더해 DAO 개념까지 확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또 로블록스가 AI 지원 툴을 통해 어린이들도 게임을 쉽게 만드는 것처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까지 이어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커뮤니티와 창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게임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면!!!

요즘 블록체인과 게임 업계 취업 분위기

요즘 블록체인과 게임 업계 취업 분위기

확실히 이전보다 더욱 '뾰족한'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찾는 느낌이다. 애매하거나 다른 인더스트리 경력은 거의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는 아마도 시장에 이미 딱 맞는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PM이나 PO 역시 정확한 업계 경험을 상당히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크립토나 트레이딩 분야 엔지니어는 금융 경험과 최적화 및 분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 것 같고, 블록체인은 전체적으로 점점 금융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일반적인 백엔드 개발 회사보다는 확실히 금융 쪽 분위기가 더 강했다.

몇몇 남은 블록체인 게임은 스테이킹이나 GameFi 형태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한국의 메이저 회사들이 오버데어 팀이나 메이플 유니버스 팀 같은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기대가 크다. 특히 UGC(User-Generated Content) 제작을 위한 뛰어난 툴이 나오면 AI와도 좋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Roblox 에디터 AI 가 도입되는 걸 보니 더더욱!

해외 취업의 경우 비자 소지 여부를 생각보다 많이 묻는다. 재택근무 옵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같은 지역이나 최소 같은 나라에서 빠르게 협업이 가능한 후보자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과거처럼 리로케이션 비용을 지원해 해외 인력을 적극적으로 데려오려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EU 국가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유럽 개발자들이 조금 부러웠다.

게임 회사의 경우 생각보다 채용이 활발하지 않았고, 연봉도 높지 않은 회사들이 많았다. AI가 접목된 게임 분야가 유일하게 두각을 보이며 VC에서 올해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실제로 최근 YC 같은 곳에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AI+게임 쪽으로 인력을 뽑기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쪽이어서 아쉬운.

2015 코드리뷰 도입기

2015년쯤, 계속 합병해 나가는 독일 회사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고 바이오인포매틱스를 공부하며 송도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사실 대학원에 다닌다는 핑계로 프로그래밍을 멀리하고 있다가, 운 좋게 지인의 추천으로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한참(사실..그렇게 길지 않은) 생활하다 돌아왔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고, 동료들 역시 내가 해외에서 와서 이런가 보다 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는 바로 코드리뷰에 관한 것이다.

코드 ownership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었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버그가 생기면 무조건 그 코드를 짠 사람의 잘못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내가 해외에서 일했던 회사들은 시스템의 문제로 함께 고쳐야 하는 것으로 보는 문화가 있었다. 아마 이런 문화 속에서 코드리뷰라는 프로세스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당시 한동안 프로그래밍을 놓고 있던 나는, 갑자기 뛰어든 회사에 코드리뷰 문화가 없다는 걸 보고 "이건 나를 위해서라도 꼭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코드리뷰가 이미 당연한 문화였고, 많은 책에서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었다. 코드리뷰 없이는 개발의 질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 내부에서 코드리뷰의 필요성과 장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코드리뷰가 버그를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수정할 수 있으며, 담당자가 없을 때도 다른 팀원이 해당 코드를 이해하고 있으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료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코드리뷰를 통해 미리 버그를 잡으면 훨씬 생산적이고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설득했다. 신규 입사자들에게는 코드리뷰가 팀원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빨리 적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점차 코드리뷰 문화가 팀 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코드리뷰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코드를 통해 배우고, 팀 전체의 코드 품질과 협업 효율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내가 했던 작은 시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걸 실제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잘 들어준 팀장님, 동료 프로그래머분들에 다시한 번 감사를!
심지어 가끔은 코드보다는 이런 문화나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게 내 적성에 더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해외에서 뛰어난 PM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많았으니까 말이다.